거창고등학교 교육프로그램에는 처음부터 수학여행이 없었다. 전세버스를 이용해서 명승고적지를 단체로 여행하는 수학여행도 나름대로 의미 있는 일임에는 틀림없다. 하지만, 거창고의 선택은 수학여행이 아니라 ’봄소풍’이라는 이름의 ‘1박2일’ 야영 프로그램이었다. KBS2 방송국 인기 프로그램 중 하나인, ’1박2일’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시청자들이 느끼는 잔잔한 감동만으로도 이 프로그램의 수명을 연장하는 구실로 삼기에 충분한 것처럼 보인다. 그와 마찬가지로, 거창고의 1박2일 야영 프로그램도 학생들이 느끼는 감동은 그 무게를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충격적인 것은 결코 아니지만, 프로그램을 지속해야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. 그것은 다름 아닌, 금시라도 쏟아져 내릴 것만 같은 별 가득한 밤하늘 마주보고 누운 채, 친구들과 새벽녘까지 우정, 인생, 사랑 이야기 나누었던 순간들 그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.
봄소풍에는 마냥 자유시간만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. 1박2일 동안, campfire, 장기자랑, 등산 같은 전교생이 다 같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, 특히, 장기자랑 시간에 댄스베틀이 벌어지면 젊음은 열광과 환호의 도가니가 된다. 그동안 틈틈이 시간을 내어 갈고 닦은 인디언스텝, 토마스, 윈드밀, 원핸드팝의 현란함이 헤드스핀프리즈, 에어프리즈, 스타일무브의 기교와 어우러지면 그 분위기는 절정에 도달한다. 이쯤 되면, 관객이든 무대에 오른 춤꾼이든 일체가 되어 아이돌 공연 부러울 게 없는 춤판 펼쳐진다.